Column 혹독한 기후와 지진을 견딜 수 있는 일본의 목조 주택
혹독한 기후와 지진을 견딜 수 있는 일본의 목조 주택
일본의 주택은 ‘나무’로 지어져 있습니다. 기술과 정보가 발달한 오늘날에도 아파트와 같은 공동 주택이 아닌 단독 주택의 약 80%가 목조 건물로 지어져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일반적으로 돌이나 벽돌, 철골과 콘크리트로 짓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은 왜 ‘나무’를 사용하는 걸까요?
일본에 목조 건물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재료인 목재를 구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국토 66%가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목재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목재는 가공하기 쉽고 가벼워서 오래전부터 주택의 건축 자재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일본 국토는 약 73%가 산지이며, 서일본을 중심으로 양질의 돌을 구하기도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게다가 약 1,400년 전인 아스카 시대(AD 593년~AD 710년)에는 이미 중국에서 벽돌 기법이 전해졌고, 양질의 점토질 토양도 일본 각지에서 채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알려진 호류사는 이미 벽돌 제조 기법이 일본에 전해진 AD 607년에 지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편백 중심의 목재로 건축되었습니다. 일본인이 나무로 주택을 만드는 이유는 단순히 목재를 구하기 쉽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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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 다습한 여름에 적응한 일본의 주택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일본의 기후입니다. 겨울철 일본의 북쪽, 시베리아 방면에 있는 건조하고 차가운 기류는 봄이 되면 세력이 약해져 건조하고 따뜻한 기류로 바뀝니다. 한편 일본의 남쪽, 남중국해에 있는 습하고 더운 기류는 세력을 넓혀 북상해 옵니다. 6월 무렵, 이 두 기류가 일본 상공에서 부딪치면서 남쪽에서의 습하고 더운 기류가 일본 상공에서 정체되어, 비 오는 날이 많고 습도가 높은 ‘우기(장마)’가 일본을 찾아옵니다. 여름이 되면서 남쪽 기류는 세력을 더욱 북상시켜 맑은 날이 많아지는데, 이때 일본의 여름은 기온과 습도가 매우 높아집니다. 그리고 세력을 키운 남쪽 기류는 많은 태풍을 일본에 상륙시켜 대량의 비를 내리게 합니다. 이에 따라 습도가 높고, 고온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일본 특유의 여름 기후가 되는 것입니다.
인간은 고온 상태에서 체온을 낮추기 위해 땀을 흘립니다. 하지만 공기 중에 포함된 수분량인 습도가 높으면 땀이 쉽게 증발하지 않으며, 체온도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흘린 땀이 증발하지 않고, 장시간 지속되면 피부가 끈적끈적하고 피지 냄새가 발생하여, 더욱 불쾌한 환경을 조성합니다. 따라서 더위를 식히고, 습도를 낮추는 건축 기법이 예부터 일본의 주택 건축의 기본이 된 것입니다.
목재에는 습도를 조절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자른 직후의 나무는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공기 중에서 말린 다음, 약 15%의 수분을 남긴 채 건축 자재로 만듭니다. 따라서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목재 자체가 습도를 흡수하여, 약 60%의 인간이 지내기 적당한 습도로 조절해 줍니다. 습도 60%의 환경은 인간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곰팡이나 진드기 발생을 억제하고 집 먼지 속에 있는 공중 부유균이나 악성 바이러스의 발생도 억제해 줍니다. 돌이나 벽돌, 철은 나무만큼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없습니다. 따라서 고온 다습한 일본에서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지 못하고, 반대로 곰팡이와 진드기가 발생하기 쉬운 주거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일본의 고온 다습한 환경은 주택 양식에서도 독자적인 양식을 만들어 냈습니다. 일본의 주택에서는 밖에서 집 안으로 들어갈 때,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실내로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것도 고온 다습한 영향으로 신발 속의 땀이 잘 마르지 않고, 실내에서 조금이라도 쾌적하게 보내기 위해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일본 주택에는 욕조가 있는데, 이 또한 흘린 땀을 씻어 내고 청결하게 생활하기 위해 고안된 것입니다.
옛날 일본의 주거 특징 중 하나는 벽이 적다는 것입니다. 고정된 벽 대신 방과 방의 칸막이에는 나무틀에 종이를 붙여서 가볍고 이동이 가능한 쇼지(나무틀에 한 쪽 면에만 종이를 붙인 미닫이문)나 후스마(나무틀을 짜서 헝겊이나 종이를 양쪽에 붙인 미닫이문)를 사용했습니다. 쇼지나 후스마를 개방하여, 간격을 없애고 바람이 통하는 길을 만들어 열과 습기를 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쇼지나 후스마에 사용되는 ‘와시(일본 고유의 종이)’도 나무처럼 습도가 높을 때는 흡수하고, 반대로 습도가 낮을 때는 습기를 내뿜어 쾌적한 습도로 조절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건축의 토대도 지면에 바로 짓는 것이 아니라 지면에 말뚝이나 기둥을 박아서 바닥 면을 지면보다 높은 곳에 만드는 ‘고상식 주거’로 지어, 통기성을 높이고 습도를 낮추는 방식을 고안했습니다.
이처럼 일본의 주택은 목재를 이용하여, 독자적으로 습도를 줄이는 방식을 고안함으로써 지나치게 고온 다습한 여름철 환경을 쾌적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춥고 건조한 겨울철에 적응한 일본의 주택
반면 겨울에는 남쪽의 습하고 더운 기류의 세력이 약화되고 반대로 북쪽, 시베리아의 건조하고 차가운 기류가 세력을 넓힙니다. 이 기류는 일본 북서쪽 바다에서 습도를 빨아들여, 일본의 높은 산에 부딪히면서 대량의 눈을 내리게 합니다. 눈이 내린 후에는 다시 건조하고 찬 기류로 돌아가며, 여름과 달리 일본의 겨울은 매우 춥고 건조한 환경이 되는 것입니다.
건조한 공기는 피부의 수분을 빼앗아 기온보다 더 춥게 느껴지게 합니다. 또한, 건조한 환경에서는 바이러스 활동이 활발해져 인플루엔자나 감기가 유행합니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도 나무로 된 주택은 큰 활약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바로 낮은 습도에서는 여름과 반대로 목재에 쌓아 뒀던 습기를 내뿜어, 약 60%의 인간이 지내기 좋은 습도로 조절해 주는 것입니다. 쇼지와 후스마의 소재인 ‘와시’도 같은 기능을 합니다.
이처럼 일본의 목재로 지은 주택은 여름에는 고온다습, 거울에는 춥고 건조한 다른 환경에도 잘 적응하여, 돌이나 벽돌, 철골로 지어진 집과는 다른 훌륭한 성능을 발휘해주는 것입니다.
지진에 적응한 일본의 주택
일본에 목조 건물이 많은 이유에는 혹독한 기후 환경 외에도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지진의 영향도 있습니다. 일본은 세계에서도 유일하게 4개의 판이 교차하는 충돌 지점에 있습니다. 판끼리 충돌하는 힘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그 반동 에너지는 대지를 흔들고, 지진이 되어 일본을 덮칩니다.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지진이 많은 나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 Column: 인사말 일본의 국토와 나무의 문화
지진에 의한 대지의 흔들림은 그 위에 지어진 건축물에 직접적으로 전달됩니다. 이때 건물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진동 에너지는 더 커집니다. 나무는 돌이나 벽돌, 철골보다 가볍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했을 때 건물의 흔들림은 다른 건축물에 비해 작아집니다. 또한, 나무는 돌이나 벽돌, 철에 비해 소재에 탄력성과 유연성이 있으며 휘는 힘에 강한 특성이 있습니다. 같은 무게의 소재로 압축에 대한 세기를 측정한 실험에서 나무는 철의 약 2배, 콘크리트의 약 9.5배의 강도를 자랑했으며, 잡아당겼을 때의 세기는 철의 약 4배, 콘크리트의 225배나 되었습니다. 철이나 콘크리트는 일정 크기 이상으로 휘는 힘이 가해지면 갑자기
부러져서 붕괴할 위험이 있지만, 목재는 휘는 힘이 가해져도 내구성이 있으며, 같은 상태로 복원되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지진으로 크게 흔들리더라도 어느 정도 변형되면서 힘을 줄여주는 성능을 갖고 있습니다. 목조 주택은 돌이나 벽돌, 철로 된 주택보다 흔들림이 적고, 유연성에 의해 지진의 흔들림을 줄여 지진의 피해를 막는 것입니다.
나무로 집을 짓는 기술은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 생겨난 ‘나무의 문화’입니다. 그 기술이 오늘날까지 계승되어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면진 구조, 내진 구조, 제진 구조가 되었습니다.
- Column: 일본 목재의 내구성, 내화성, 내진성, 방충 기술
지구 온난화 방지에 기여하는 일본의 주택
마지막으로 수목은 성장 과정에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하여, 지구 온난화 방지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벌채되어 목재가 된 후에도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태우지 않는 한 내부에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설에 의하면 일반적인 일본식 목조 주택에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약 14톤이나 유지되고 있으며, 이러한 성질은 다른 건축 자재에는 없는 특성입니다. 또한, 제조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벽돌이나 철골로 만든 건축 자재와 달리 나무는 매우 친환경적인 건축 자재입니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쾌적하게 지낼 수 있게 고안한 방식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지진에도 강하고 지구 온난화 억제에도 기여하는 일본식 목조 주택이 세계로 뻗어나가기를 기대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