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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일본의 목재 가공 기술
오늘날 일본의 목재 가공 기술

오늘날 일본의 목재 가공 기술

일본은 1639년부터 1854년까지 약 215년에 걸쳐 해외와의 무역 및 교류를 엄격히 제한했습니다. 그사이에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일본의 목재 가공 기술은 더욱 발전하여, 전국 각지에서 해당 토지의 목재를 활용한 식기와 조리 기구, 가구 등의 생활 도구와 예술적, 문화적인 것까지 다양한 목재 가공품이 만들어졌습니다. 현재까지도 전국에 걸쳐 목재 가공품 산지가 있으며, 목재를 사용한 전통 공예품 수만 80품목이 넘는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목재 가공 기법으로는 사시모노, 호리모노, 구리모노, 히키모노, 마게모노, 다가모노 등이 있으며 현재까지도 계승되고 있습니다.

사시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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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모노는 못과 같은 접착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나무와 나무의 조립만으로 단스나 선반, 상자를 만드는 기법을 말합니다. 나무판에 홈을 파서 요철을 만들고, 조립하여 완성합니다. 조립 방식인 구미테는 약 1,000종류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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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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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방과 방의 경계선이나 방과 복도의 경계선 역할을 하는 쇼지나 후스마 상부에 채광이나 환기, 장식을 목적으로 투각 등을 조각한 나무판을 끼워 넣는 ‘란마’라는 실내 장식이 있습니다. 간판, 가구 장식, 불상이나 불구에 조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마루보리, 우키보리, 시즈메보리, 스카시보리 등의 기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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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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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덩어리를 조각칼이나 끌로 깎아서 모양을 만드는 기법입니다. 복잡한 곡선과 둥근 모양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어, 식기와 음식을 올려 나르는 쟁반 등 곡선을 중시하는 목재 가공품에 사용되는 기법입니다.

히키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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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로 회전시킨 나무에 칼을 대어 모양을 만드는 기법입니다. 원형 화분이나 공기 등의 작품을 만드는 데 적합한 기법이며, 칼을 대는 방법이나 각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성형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약 2,000년 전부터 성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오래된 유적 등에서도 히키모노 기법으로 만든 목재 잔과 화분 등이 출토되었습니다. 히키모노로 만든 식기는 옻칠하여 칠기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일본에서 세계로 많이 수출되고 있습니다.

마게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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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 삼나무와 같이 얇게 깎아낸 목재를 원형으로 구부려서 용기 등을 만드는 기법입니다. 목재를 구부리는 기법에는 작은 칼을 사용하는 기리마게, 얇은 톱을 사용하는 히키마게, 뜨거운 물에 담그는 유마게, 증기를 가하는 무시마게 기법이 있으며, 현재는 유마게, 무시마게가 일반적입니다. 술통이나 나무통, 도시락통 등 다양한 용기를 만드는 데 이용되고 있습니다.

다가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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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원형으로 배열하여, 대나무나 금속으로 된 고정쇠인 ‘테’로 조여서 용기로 만드는 기법입니다. 마게모노보다 두껍고 튼튼한 목재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강도 높은 술통이나 나무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술과 간장, 된장 등 일본이 자랑하는 발효 식재료를 장기간 저장할 수 있고, 그대로 수송할 수 있게 되면서 제조와 유통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기술이기도 합니다.

현대로 이어지는 서양의 가구 제조

한편 1854년 이후, 일본은 급속히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독일과 같은 서양 제국의 문화를 도입하여 발전해 나갑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았던 서양식 가구를 생활 속에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실내에서 다다미에 앉아 좌탁에서 식사하던 생활이 의자와 식탁으로 바뀌었고, 다다미에 직접 이불을 깔고 자던 생활에서 침대로 변화하게 됩니다. 거실에 소파나 쿠션, 로우테이블 등도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가구는 당초 해외 수입에 의존했으나, 점차 일반 가정까지 이용이 확산하면서 국내에서 제조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같은 서양 가구를 제조하는 담당자들은 일본의 나무의 문화를 계승한 목수나 전통적인 목재 가공품을 제조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이제까지 쌓아 온 목재 가공 기술과 옻칠과 같은 장식 기법에 서양의 도구와 최신 기술을 접목하여 일본만의 독자적인 가구 제조로 진화시켜 나갑니다.

마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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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게기 가구는 약 180년 전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가구 장인 미하엘 토넷이 고안해 낸, 나무를 쪄서 구부리는 기법을 사용한 가구입니다. 목재를 물에 담그거나 증기를 가해 수분을 머금게 한 다음, 열이나 압력을 가하여 구부리고, 금형에 끼워 건조시켜서 단단한 곡선 형상이나 모양 등으로 성형하는 기법입니다.

일본의 목재 가공 기술 중 하나인 ‘마게모노’에도 유마게, 무시마게 같은 유사한 기법이 약 900년 전부터 전해지고 있으며, 일본에서 서양 가구를 만들기 시작한 장인들도 받아들이기 쉬운 기술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일본의 도호쿠 지방과 일본의 중심부에 가까운 기후현 히다 지방 등이 마게기 가구의 산지로 유명합니다.

인간의 몸 어디에도 직선으로 된 부분은 없습니다. 모든 부분이 원만한 곡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마게기의 구부러진 목재는 인체에 닿는 촉감이 부드러워, 편안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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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합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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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게 자른 나무를 한 장씩 겹쳐 붙이고, 열을 가하면서 틀에 끼워 곡면 모양으로 만드는 목공 기술을 말합니다. 주로 의자에 사용되는 기술이며, 뒤틀림이나 휘어지는 현상이 잘 생기지 않는 제조 방법입니다. 제품은 가볍고 견고하며, 원목 자재로는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곡선을 실현했습니다. 일본의 성형 합판 기술은 매우 뛰어나며,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떠올리는 복잡한 곡선 구조를 구현하여 상품화하고 있습니다. 성형 합판의 특징은 복잡한 곡선과 더불어 아름다운 표면의 나뭇결에 있습니다. 얇게 자른 목재의 결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목재 본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는 삼나무와 편백을 활용한 성형 합재도 제조할 수 있게 되어, 앞으로 더욱 보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차 대전 이후 일본에 도입된 기술이지만, 일본의 경제 발전과 함께 가볍고 튼튼하며 나뭇결이 아름다운 성형 합판 가구는 가정을 비롯한 전국의 음악홀과 학교, 스타디움 등 공공장소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체할 수 있는 저렴한 플라스틱 소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이 사용된다는 것은 나무에 대한 일본인의 애착과 나무의 문화 침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타 최신 목재 가공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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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CNC 절삭기로 원목 자재를 3D로 깎는 가공 기술이 발달하면서 마게기나 성형 합판을 사용하지 않고, 원목 자재로부터 3차원적인 자유 곡선을 양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새롭게 만들어지는 최신 기술의 활용과 더불어 일본의 장인들이 오래전부터 쌓아 온 나무의 생육 상태와 각 나무의 성질을 파악하는 뛰어난 식견, 이를 활용하는 수준 높은 목재 가공 기법을 융합시킨 새로운 일본의 가구가 창출되고 있습니다.

심플한 소재에 공간의 조화를 중요시하고, 자연의 소재감을 살리면서도 색상 수가 적고, 청결감이 있으며, 전체적으로 무게 중심이 낮은 것이 일본 가구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특징은 북유럽 가구와 공통점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의 산림 면적은 약 2,500만 헥타르, 산림률은 약 66%이며, 그야말로 국토의 3분의 2가 산림입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산림률이 높다고 알려진 핀란드와 스웨덴에 버금가는 수치입니다. 오랜 세월 나무를 생활 속에서 활용하고, 나무와 함께 역사를 걸어온 ‘나무의 문화’가 서로의 공통점을 양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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