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일본 주택의 특징과 목재 가구에 대해
일본 주택의 특징과 목재 가구에 대해
일본에서는 야외에서 집 안으로 들어갈 때,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실내로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집 안에서는 신발을 신지 않은 상태로 생활합니다. 그래서 바닥에 누워 뒹굴거나 직접 앉을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집 안에서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주택 양식과는 다른, 일본만의 주택 양식과 가구가 발달했습니다. 여기서 일본의 주택 양식 및 가구의 역사와 그 우수성에 대해 잠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Column: 혹독한 기후와 지진을 견딜 수 있는 일본의 목조 주택
일본 주택의 특징
우선 일본 특유의 주택 양식으로는 ‘다다미’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집 안에서 신발을 신지 않고 생활하기 때문에 의자가 아닌 바닥에 앉았고, 잠을 잘 때도 침대가 아닌 직접 바닥에 까는 침구를 이용했습니다. 당연히 나무로 된 바닥에 장시간 앉아 있거나 잠을 자면 엉덩이나 등이 아프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식물 줄기를 엮어서 만든 깔개를 겹쳐 놓고 생활했습니다. 그렇게 지금으로부터 약 1,300년 전인 헤이안 시대에 바닥 재료인 판에 직접 깔개를 붙이고, 그것을 바닥재로 방에 깔아 놓는 ‘다다미’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판자에 깔개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쌀을 수확하면 나오는 ‘짚’을 압축해서 꿰매어 고정하고, 두께 약 5㎝의 판 모양으로 만들어 깔개를 붙이는 방식으로 적당한 탄력성과 뛰어난 보온성, 실내의 습기 조절 작용 및 공기정화 작용과 같은 훌륭한 기능을 지닌 바닥재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다다미가 만들어지면서 장시간 바닥에 앉아 있어도 불편함이 없어졌기 때문에 다리 부분이 낮은 테이블(좌탁, 밥상)이나 겨울철에 이불을 씌운 ‘고타쓰’, 등받이가 있어 뒤로 기대듯이 앉을 수 있는 좌식 의자 등,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친숙한 가구들이 생겨났습니다.
또한, 일본의 여름은 굉장히 뜨겁고 습도가 높은 기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과 방을 구분하는 벽 대신에 나무틀에 종이를 붙인 가볍고 이동이 가능한 쇼지나 후스마를 사용했습니다. 쇼지나 후스마를 개방하여 집 안에 통풍이 잘되게 하고, 습도와 열을 내보내어 쾌적한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일본의 집은 나무로 지어졌습니다. 돌이나 벽돌로 집을 지을 때는 그것들을 높이 쌓아서 벽을 만들지만, 나무로 된 집은 기둥을 세우고 기둥과 기둥을 대들보로 연결하여 벽이 적은 주택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기둥과 기둥 사이에 측면으로 슬라이드가 생기는 곳에는 쉽게 여닫을 수 있는 쇼지나 후스마를 부착하여 벽을 대신했습니다. 현관 입구에도 문처럼 앞뒤로 여닫는 문이 아닌, 쇼지나 후스마처럼 옆으로 밀어서 좌우로 여닫을 수 있는 ‘미닫이문’을 사용했습니다. 이 또한 야외와 실내를 쉽게 연결하고 개방할 수 있게 고안한 것으로, 일본 이외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처럼 야외와 실내를 쉽게 연결할 수 있는 일본의 주택은 쇼지나 후스마를 열면 바로 밖을 내다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정원도 실내의 일부처럼 여겨지고 있으며, 일본 정원이나 쓰보니와라는 일본 고유의 양식미를 지닌 정원이 발전하게 됩니다. 정원에는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수목을 심어, 사계절의 변화를 방 안에서 감상할 수 있게 고안되어 있습니다.
- Column: 혹독한 기후와 지진을 견딜 수 있는 일본의 목조 주택
일본 가구의 특징
반면에 벽이 적어서 방 안에 비치된 옷장이나 수납장, 선반 같은 것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옷을 수납을 위해 ‘단스(장롱)’라고 불리는 서랍과 문이 있는 커다란 목재 수납함이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오동나무라는 활엽수로 만든 단스는 나무의 습도 효과로 인해 내부의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의류가 상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또한, 오동나무에는 파우로닌, 세사민이라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벼룩, 진드기 같은 벌레가 잘 생기지 않고, 항균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밖에 단스 외에도 그릇을 넣는 찬장이나 장식장 등 가볍고 튼튼한 나무의 특성을 살린 원목 가구가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일본에는 나무와 대나무로 만든 식기가 많습니다. 국이나 밥을 담는 ‘공기’나 음식을 집는 ‘젓가락’ 등은 예부터 줄곧 나무나 대나무로 만들었습니다. 한편 식기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옻나무에 상처를 내고, 수액을 빼내어 정제한 것을 식기에 발라 건조하는 ‘옻칠’ 기법이 확립되었습니다. 옻은 오래전부터 일본인들이 활용해 온 천연 소재이며, 약 9,000년 전 홋카이도의 조몬 유적에서 옻칠을 사용한 부장품이 발견되었습니다.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칠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옻칠한 후에 건조하여 굳으면 열과 습기, 산, 알칼리, 알코올, 기름에도 강해지며, 부패 방지 및 방충 효과가 있어 식기와 가구의 강도를 높이는 데 이용되었습니다. 옻에 염료를 섞어서 바르면 광택이 나는 붉은색과 검은색 등으로 색채도 다양하게 낼 수 있습니다. 옻을 이용한 일본 공예품은 뛰어난 품질과 기술로 중세(AD 1500년 이후)시대부터 세계로 수출되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재 가구와 식기를 제작하는 뛰어난 기술은 일본이 유럽과 미국 스타일의 생활 양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의자나 소파, 테이블, 나이프와 포크 등 지금까지 일본에서 사용되지 않았던 서양의 가구 및 식기와 자연스럽게 융화되면서 한층 더 진화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을 걸치며 나무의 특성을 꿰고 있는 일본의 장인이 만드는 가구와 식기는 일본과 같이 나무를 일상에 잘 접목해서 생활하는 북유럽의 가구, 식기와 함께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그 안에는 단순하면서도 전통적인 양식과 현대 기술이 융합된 자연미가 깃들어 있습니다. 여러분도 꼭 일본의 목재 가구와 식기를 직접 접해보고, 그 품질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